비디오 리더십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다
일명 ‘마음을 움직이는 리더십’ 을 통해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를 한 사례는 과거 한국 대표 축구팀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2015년 가을 서강,대에서 열린 울리 슈틸리케의 특강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그는 자신이 사용한 비디오 리더십을 집중적으로 설명했다. 그가 사용했던 비디오 리더십은 과연 뭘까 ?
슈틸리케가 부임하기 전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월드컵 대표팀은 1986년 처음으로 FIFA 월드컵 대회에 참가한 후 아홉 번 연속으로 본선 진출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당당하게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 참가했다.
한국 대표팀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16강에 오르는등 월드컵에서 좋은 활약을 했다.
국민들은 2014년 월드컵에서 16강 탈락 이라는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안고 돌아온 대표팀에 실망을 많이 했다. 특히 국가 대표팀이 16강 진출에 실패한 후 유유히 유명 관광지를 다녀 왔다는 기사는 국민 정서를 더욱 악화 시켰다. 국가 대표선수 이기 이전에 스포츠 선수로서 지켜야할 최소한의 도리를 지키지 않았다는 질책이지 않았을까 한다
이러한 어수선한 시기에 슈틸리케가 새롭게 국가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했다. 2015년 1월에 열리는 AFC 아시안컵에 참가할 대표팀을 이끌기 위해서였다.
AFC 아시안컵 대회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던 터라 슈틸리케는 젊고 잠재력 있는 새로운 선수를 발굴할 시간과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어쩔수 없이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명단에 있던 선수들을 이끌고 호주에서 열린 아시안컵 대회에 참석했다.
팀 분위기나 국민들의 기대감도 그닥 좋은 상태가 아니었다.
슈틸리케는 경기가 열리기 전날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잠시 후 3분 24초의 동영상을 선수들에게 보여 주었다. 이 영상에는 호주로 이민 가서 고생을 많이 한 이민 1세대의 눈물 섞인 응원의 메시지가 들어 있었다.
난생 처음으로 가게 문을 닫고 응원하러 갈 예정 이라는 여성 교민을 시작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 호주 교민들의 응원이 이어졌는데 이들의 진심 어린 응원은 태극 전사들을 뭉클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슈틸리케가 직접 준비한 특별영상의 폭발력은 생각보다 컸다.
이 대회가 열리기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대표팀은 월드컵 16강에 진출하지 못한 패배감에 매우 침체된 분위기에 싸여 있었다.
선수들의 피끓는 열정을 다시 한 번 끄집어낸 것은 슈틸리케의 호통이나 꾸짖음이 결코 아니었다. 바로 선수들의 여린 감정을 건드린 호주 교민들의 진심 어린 목소리였던 것이다.
물론 슈틸리케가 특별히 준비했던 이 영상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대표팀은 AFC 아시안컵에서 준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비록 결승전에서 개최국인 호주에게 져 준우승에 그쳤지만 몇 개월 전에 열렸던 브라질 월드컵과 비교하면 준우승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슈뎁스키와 더불어 슈틸리케는 선수들의 심장을 움직이게 함으로써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낸 감독 이었다. 스포츠 는 팬이나 관중에게만 감동이 있는 것이 아니다. 팬들에게 선사하는 감동의 시나리오가 만들어지기 전에 선수와 감독 그외 모든 스태프들 사이에 신뢰와 믿음이라는 감정적인 요소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심장을 움직이는 리더십은 분명 선수들이 지닌 기량의 진가를 짧은 시간 안에 발휘할 수 있게 만든 묘약 같은 것이었다. 팀을 이루어야 하는 모든 스포츠 종목에서 감독과 선수간의 신뢰보다 중요한 것은 없는 것 같다.